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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고문경찰?... 부끄러운 양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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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창남 칼럼
기사입력 2010-06-17


5․6공화국 시대에나 있을 법한 일이 양천경찰서에서 일어나 파문이 일고 있다. 언론 보도에 의하면, 양천경찰서 경찰관들이 지난해 8월부터 올해 3월까지 절도범 등 피의자들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22명에게 속칭 ‘날개꺾기’ 등 고문과 가혹행위를 자행했다고 한다. 이 같은 사실은 피의자들이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라 함)에 진정을 제기하여 인권위가 조사한 결과를 언론이 보도하면서 밝혀졌다.

‘고문’이라는 단어는 과거 5․6공화국 군사독재 시대의 민주화 운동과 학생운동을 탄압했던 수단으로 악명 높았던 반인권적 범죄행위로 생각하기도 싫은 치 떨리는 단어이다. “‘탁’하고 치니 ‘억’하고 죽었다.”는 유명한 일화를 남긴 고 박종철 열사에 대한 고문치사 사건, 당시 민청련 의장이었던 김근태 전 의원에게 고문이 가해졌던 ‘고문기술자 이근안 경감’ 사건 등 고문은 그 이야기만 들어도 온 국민의 치를 떨게 했다.

그 무시무시하고 악명높은 ‘고문’이 양천경찰서에서 자행되었다는 소식은 지난해 발생했던 ‘양천구청 26억 횡령사건’에 이어 양천구민의 자존심을 두 번 죽이는 사건이라 아니할 수 없다.

보도에 의하면, 처음에는 양철경찰서 관계자들은 고문을 가한 사실을 부인했으나, 인권위가 경찰관 5명을 검찰에 고발하고 수사 의뢰하는 등 점차 파문이 확산되자 경찰청은 양천경찰서장 등 7명을 대기발령 내렸다고 한다.

물론 이번 사건은 5․6공 시대에 있었던 것과 같이 민주화 운동이나 학생운동과 관계되는 사건은 아니다. 단순히 절도피의자 또는 마약사범 피이자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고문이 가해진 사건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주화가 확고히 진전, 정착되고 있는 21세기 한가운데에서 반인권적․후진적 고문이 자행되었다는 사실은 인권국가를 표방하는 우리나라에서 부끄럽기 짝이 없는 사건이다.

경찰관이 피의자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범죄사실을 부인하다보니까 범죄사실을 입증하기 위하여 여러 가지 방법과 수단을 동원할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방법과 수단은 합법적이며 인권침해가 없는 것이어야 하는 바, 경찰관이 고문을 동원했다는 것은 그 어떠한 명목으로도 정당화될 수 없는 치욕이며 명백한 범죄행위이다. 설사 고문을 가해서 피의자가 범죄사실을 자백했다고 해도 고문으로 인한 자백의 증거능력은 부정한다고 법률에 엄연히 규정되어 있고 법원의 판례에서도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우리사회에서 흔히들 경찰은 ‘민중의 지팡이’라고 한다. 이 말이 진실인지 여부는 잘 모르겠으나, 진정으로 경찰이 ‘민중의 지팡이’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시대 역행적이고 반인륜적이며 반인권적인 고문을 이 땅에서 영원히 추방하기 위한 확실한 대책이 수립․시행되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경찰의 반인권적 수사관행을 감시하고 고발할 수 있는 가칭‘시민 감시단’ 제도를 일선 경찰서에 하루 빨리 도입하고 강력한 고발 권을 주어야 할 것이다.

아무튼 이번 사건을 계기로 양천경찰서 뿐만 아니라 경찰청은 사건에 대한 진상규명은 물론, 책임자 처벌과 강력한 재발 방지책을 수립․시행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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