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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가수다' 현상과 생활정치

'나는 가수다'를 보고 현실 정치를 생각해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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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창남 칼럼
기사입력 2011-05-25


<서경일보>최근에 TV 프로그램 '나는 가수다'의 인기가 하늘을 찌르고 있다. 어딜 가나 화두에 오르는 건 단연 '나는 가수다'이다. 일주일에 한 번씩 '나는 가수다'가 방송되면서 어김없이 방송에서 공연한 곡이 음원으로 발표되고, 이 노래들은 각종 가요차트를 휩쓸고 있다.

이처럼 '나는 가수다'가 인기를 누리는 원인은 무엇일까? 그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이다. 어떤 이는 아이돌 가수 위주의 출연을 벗어나 진짜로 실력 있는 가수들이 출연하여 저마다 갈고 닦은 기량을 겨룬다는 점을 들고, 어떤 이는 담당 피디의 뛰어난 기획력 덕분이라고도 한다.

필자는 음악 전문가가 아니라서 정확히 평가할 수는 없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그 원인이 프로그램에 참여∙평가하는 청중과 이에 호응하여 어떻게 감동시킬 것인가를 고민하고 노력하는 가수들에 있다고 생각된다.

'나는 가수다'의 청중은 단순히 노래를 듣고 공연을 보는 구경꾼이 아니라 어느 가수가 얼마나 노래를 잘하는지 평가하는 '청중평가단'이다. 어떤 이는 가수를 또렷이 쳐다보며 평가하기도 하고 어떤 이는 심지어 메모를 하며 점수를 매기기도 한다.

처음 프로그램을 시작할 때부터 청중 평가단의 얼굴이 클로즈업 된다. 가수가 노래를 할 때도 계속 중요한 순간에 시청자 대표인 평가단의 모습이 보인다.

과거에는 청중이 수동적으로 공연을 보는 것에 머물렀는데, 이제는 적극적으로 프로그램에 참여해 심사위원 역할까지 하는 시대가 되었다.

내로라는 가수들이 청중 평가단의 평가에 긴장을 하고 심지어 두려워 하기도 한다. 청중 평가단 앞에서 노래하는 가수들은 나 자신의 만족이 아니라 청중의 만족이 우선되어야 하고 이를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지 고민하고 노력한다.

실제로 쟁쟁한 베테랑 가수들이 청중평가단 앞에 서서 노래를 부르는 것이 쉽지 않다고 실토한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고 갑자기 깜깜한 그런 느낌이었어요." (BMK)

"정말 압도적이에요. 그러니까 다른 어떤 무대보다도 굉장히 일반적인 무대임에도 불구하고 느껴지는 포스가 달라요. 그리고 보시는 분들의 눈빛이나... 어떤 분들은 메모해 가면서 들으시거든요."(김범수)

실제 한 프로그램에서 멘토들로부터 가장 우수한 평가를 받은 후보가 시청자 평가가 반영된 뒤 탈락하기도 한다. 다른 프로그램도 출연자들이 예상한 순위와 청중이 매긴 순위가 완전히 바뀌는게 다반사라고 한다.

상황이 이 정도면 가히 혁명적 변화라 할 수 있다. '나는 가수다' 현상이라는 신조어까지 생겨날 정도이다.

이런 현상은 비단 음악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다. 기업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이다.

현대의 고객들은 단순히 상품을 구매한다는 개념보다는 구매하면서 리뷰를 하고 입소문을 내고 또 칭찬과 비판을 하는 것을 즐긴다. 바로 수동적인 소비자에만 머무르는 예전과는 달리 상품을 평가하는 활동에 참여하는 것이다.

기업들도 이런 고객들의 마음을 제대로 파악하고 상품 등을 홍보 마케팅 또는 고객관리를 해야 할 것이다.

정치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이다. 아니, 정치에 있어서는 음악에서보다 훨씬 더 먼저 '나는 가수다' 현상이 나타났다. 직접 민주주의가 그것이고 참여 민주주의가 그것이다. 예전과 같이 유명 정치인이 선거시 구호로만 공약을 내걸고 당선만 되면 그만인 시대는 지났다. 국민들이 주인으로 참여하고 공약이 제대로 이행됐는지 평가한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매니페스토 운동이다. 선거에 있어서 후보의 공약이 구체적인 예산과 추진 일정 등을 갖춘 진짜 좋은 건지 찬찬히 한번 따져보자는 것이 바로 매니페스토 운동이다.

뿐만 아니라 국민참여 경선 등 여러 가지 경로를 통하여 직간접적으로 정치에 참여한다. 평상시에는 구경꾼으로 있다가 선거 때에만 투표로써 정치에 참여하는 관객민주주의 시대는 지났다. 직접 참여하여 잘못된 정치를 바로잡는 주권을 행사해야 한다. 참여의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가장 직접적이고 흔한 수단이 선거이며, 앞에서 언급한 매니페스토 운동, 국민소환제, 주민소환제 등 다양한 방법이 있다. 특히, 현대와 같이 인터넷이 발달되고 SNS 등 소셜미디어가 발달된 상황에서는 다양한 방법으로 정치에 참여할 수 있다. 국민주권의 민주주의 국가에서 국민참여는 당연한 현상이다.

최근에는 '생활정치'라는 용어까지 등장하게 되었다. 실제로 지방자치나 주민자치 등을 통하여 주민이 생활정치로써 정치에 참여하고 있다. 직업 정치인만 정치를 하는 시대는 이제는 더 이상 아니다. 시민들이 생활하고 있는 현장에서 생활상의 문제점들을 제기하고 이를 공동체적인 활동 프로세스를 통하여 해결해나가는 '생활정치'가 자리잡아가고 있다.

시대는 바야흐로 '참여민주주의'의 시대, '생활정치'의 시대이다. 내년이면 제19대 국회의원 총선거와 제 18대 대통령 선거를 눈앞에 두고 있다. 혹자는 '2013년 체제'를 말하기도 한다. 그만큼 2012년~2013년이 중요하다는 뜻일 것이다. 이와 같이 절체절명의 중요한 시기에, 현실정치에 있어서도 이름 그대로 '시민참여형' 생활정치를 실현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그리하여 온 국민이 '나는 가수다'가 아니라 '나는 생활정치 활동가다.' 또는 '나는 시민정치 활동가다'라고 선언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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